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시간을 뒤로 하고 지난해, 우리 교구 모든 신자들은 다시금 하느님 안에서 기쁨을 찾는 신앙생활로 본당 공동체의 회복과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참여하는 미사전례와 본당 모임을 통해 우리는 다시금 활력을 얻을 수 있었고, 코로나19 이전의 생기 있던 본당 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하며 지난 1년을 지내왔습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내온 혼란과 침체를 한 순간에 회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습니다. 열심히 하려 해도 뭔가의 부족함을 느끼고, 신앙 안에서 새롭고 신선한 무엇인가를 찾는 우리 자신을 발견합니다. 또한 아직도 신앙생활로 돌아오지 못한 신자들의 빈자리를 보면서, 어떻게 신앙을 다시금 불러일으키고 전해 주어야 할 지에 대한 답답함 또한 직면하고 있습니다.
분명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코로나19 시기와는 조금 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도 마찬가지이고, 신앙생활도 그러합니다. 과거의 모습과 관습들을 반복하는 현재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본당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모든 것을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생각은 무리일 것입니다. 이 시대는 우리 신앙인들에게도 무엇인가의 새로움을 요구하고 있고, 교회도 변화되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신앙권고와 더불어 관습대로 이어져오던 신앙 모임의 형태가 이제는 변화와 새로움을 찾아야 합니다. 신앙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 우리에게는 새로운 방향과 신선한 형태가 필요합니다.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신앙은 꾸준한 하느님과의 만남이 필요하기에 우리 모두는 끊임없이 새로운 방향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신앙생활을 기쁘고 활력 있게 하시는 신자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지난 2021년 10월 10일부터 시작된 시노달리타스 실현을 위한 여정에 따른 본당 시노드의 경청 과정에 참여했던 신자들입니다. 그분들은 하나같이, 본당 시노드 모임 초기에는 ‘시노드’라는 단어나 ‘시노달리타스’라는 말 자체가 어렵고, 우리 신앙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느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실제 모임을 통해서 자신들의 신앙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의 나눔을 경청하면서, 신앙의 기쁨이 무엇이고, 신앙 공동체의 활력을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체험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이제까지 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하며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했지만, 실상 그 누구와도 나의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하소연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 이것은 세상과 다르지 않은 교회의 모습이었고 그로 인해 신앙은 더욱더 메말라 갔었습니다. 하지만 시노드 경청 모임을 통해 마치 ‘신앙의 속풀이’를 하듯, 하느님 안에서 나의 이야기를 나누고, 이웃의 이야기와 하소연을 들으면서, 그 안에 싹트게 되는 신앙의 기쁨과 매력, 그리고 믿음 안에서의 희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신앙은 그저 배우고 의무감을 채우는 것만이 아닌 하느님 안에서 서로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의 말을 경청하는 과정을 통해 하느님을 체험하고 나누는 것임을 느끼며, 보다 더 큰 신앙의 폭을 가질 수 있었다는 증언들을 해 주었습니다. 특별히 이를 통해 미사성제의 중요성과 성체성사의 소중함을 뜨겁게 체험한 신자들의 신앙고백을 듣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시노달리타스를 실현하는 시노드라는 것이 어려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서로의 신앙을 경청하다 보니, 성령께서 이끄시는 길도 느끼고 체험했다고 고백합니다. 바로 이것이 함께 걷는 길에 필요한 마음인 시노달리타스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시노드의 정신을 말하는 ‘시노달리타스’는 모두가 함께 걸어가면서, 모두가 함께 신앙 공동체인 교회를 만들어간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기에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앞으로의 교회가 시노달리타스에 기초한 모습의 교회가 되기를 바라십니다. 이는 단지 교황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가톨릭교회 곧, 전 세계 모든 본당에서 노력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미 교구 몇몇 본당에서 함께 걸어간다는 것을 체험하는 신자들은 비록 첫걸음이었지만, 경청 모임을 통해 신앙의 기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되었고, 신앙 공동체 안에서 믿음과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용기를 느끼게 되었으며, 사랑의 덕을 실천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러기에 우리 교구는 2024년을 살아가면서 모든 본당과 기관에서 함께 걸어가는 여정인 시노드를 더욱 구체적으로 실천하면서 새롭고 신선한 신앙의 활력을 느끼며 2025년의 ‘희망의 순례자’ 희년을 준비하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 기억합시다.
1. 희망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은 기도 안에서 시작됩니다.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성체 앞에서 기도하는 그 자체가 희망을 향해 걸어가는 시작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가 노력하였던 모든 모임 전 15분 성체조배 운동에 더욱 매진하도록 합시다.
2. 희망을 향해 함께 걸어가는 것은 경청 모임을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본당에서 사제, 수도자, 신자들이 함께 모여 기도하고, 경청모임을 실시하다 보면, 친교와 사랑의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게 됩니다.
3. 희망을 향해 걸어가는 것은 성령께서 이끄시는 길을 걸어가는 것입니다. 개인 기도를 통해 성령께 귀 기울이고 공동체 안에서 경청하는 이 성령의 역동성은 교회 울타리를 넘어 모든 이들 안에 계신 성령을 체험하게 하실 것입니다.
신자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을 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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