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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화문] 2020년 사순시기 담화 2020-02-26
‘주님, 당신께서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님,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시편 130,3)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우리는 재의 수요일로 사순시기를 시작하였습니다. 복음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

부활을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지내는 사순시기에 교회는 우리 모두를 ‘회개’로 초대합니다. 진정한 회개만이 우리를 복음의 빛 안에서 살게 하기 때문입니다. 회개는 우리 자신을 하느님께 향하는 삶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이성으로만, 생각으로만 하느님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고, 구체적인 삶의 결단을 통해 하느님을 향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회개의 삶을 통해, 죄에서 죽고 그리스도와 함께 부활하는 삶으로 나아가고(로마 6,8 참조), 옛사람을 버리고 새사람을 입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에페 4,24 참조) 바로 사순시기를 살아가는 신앙인의 모습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은 자신들의 죄가 없다고 느낍니다. 일상의 바쁨이, 그리고 무뎌진 양심이 나의 죄 보다는 남의 죄를 더 쉽게 알아보게 합니다. 복음에 나오는 ‘되찾은 아들의 비유’(루카 15,11-32)를 읽어봅시다. 작은아들은 자신의 죄를 깊이 뉘우치고 아버지께 돌아옵니다. 우리는 회개하는 작은아들의 모습을 통해서 떠나간 아들을 한시도 잊지 않는 아버지의 지극한 사랑을 더 깊이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집에 남아있던 큰아들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 그 기쁨도 모르고, 아버지의 뜻도 모르며, 돌아온 동생을 이기심에 불타는 마음으로 바라봅니다. 그리고 짐짓 정의감에 불타는 마음으로 아버지께 불평하는 모습을 봅니다. 마치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늘 하느님 안에서 살아간다고 하면서, 스스로를 의인처럼 생각합니다. 하느님 앞에서 부족한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주변의 많은 죄인들과 잘못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거침없이 질타합니다.  

사순시기는 우리의 죄를 깊이 돌이켜보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시편에서 말하듯 ‘주님, 당신께서 죄악을 살피신다면 주님, 누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시편 130,3)의 말마디가 우리의 마음과 영혼을 울리도록 깊이 생각해 보는 시기입니다. 회개의 삶을 통해 부활한 주님을 깊이 느낄 수 있는 은총의 사순시기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사순시기에
천주교 인천 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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